Casa del Agua ‘물의 집’

루이스 바라간과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 사진 한 컷씩 두 컷을 두고 누구의 작품인지 구분해 보라면 제대로 구분할 수 있는 대중은 아마 거의 없을 것입니다. 대중보다 보는 눈이 있다는, 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도 실은 좀은 헷갈릴 정도일테니까요.

바라간과 레고레타

왼쪽이 바라간이고 오른쪽이 레고레타의 작품입니다.
혹자는 “응? 같은 사람 작품 아냐?”로 솔직하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의 조각품을 보고 “와~ 역시 피카소야~” 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우린 겉으로든 속으로든 웃겠지요. 다들 그렇지는 않다고 말하신다면 아마 절반은 그럴 수 있다고 저는 주장하렵니다.
그런데, “왜 건축작품을 구분 못하는 것은 모두에게 당연한 것처럼 말할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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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늦가을 겨울의 초입에 다녀 온 카사 델 아구아(이하 물의 집)입니다.
첫 사진은 물의 집에서 바라 본 “앵커호텔”입니다.
앵커호텔도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작품입니다.
물의 집은 법적으로 “가건물”이기 때문에 시효가 만료되어 철거냐 존치냐의 행정적 처분을 기다리는 중이죠.
자세한 이야기는 끝부분에 기사링크를 해 둘게요.

저는 리카르도 레고레타의 회화전을 보고 온 듯 했습니다.
물의 집을 휘돌면서 그림을 한점 한점 감상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그런 느낌이 들었을지 곰곰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아래 그림이 떠올랐습니다.
아래 그림은 죠르지오 데 기리코의 작품입니다.

거리의 신비와 우수 Giorgio de Chirico 1914

거리의 신비와 우수 Giorgio de Chirico 1914년 작

Giorgio de Chirico 아리아드네가 있는 광장

아리아드네가 있는 광장 Giorgio de Chirico 1935-40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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죠르지오 데 기리코(이하 기리코)의 작품을 보는 제 시선과 물의 집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비슷한 감흥이 왔습니다.
아마 선과 색의 단순함과 강렬함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아름답구나…라는 그 비슷한 감흥의 끝에서 한 가지 궁금함이 샘솟습니다.
기리코의 작품이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와 알려졌으며, 우리에게 익숙해졌으며, 나는 또 언제 그것을 보고는 물의 집을 보며 기시감을 느끼는가? 입니다.
필시 많은 시간이 흘렀을 겁니다.
제가 어제 기리코의 그림을 보고 오늘 물의 집을 보며 기시감이란 것을 느끼진 않았을테죠.
작품이라 불리는 것들은 많은 시간을 두고 바라보며 음미하며 세간의 평을 듣고, 먹고 쑥쑥 자라서 끝내는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그 작품이 회화든, 조각이든, 미디어아트건, 건축물이건 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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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건축을 부수지 말아달라는 희망의 메세지가 리본이 되어 나무에 열려있습니다.

 

월간디자인 히카르도레고레타 소개글과  2009년 7월 28일 미디어정글에 올려져 카사 델 아구아의 아름다움을 알려주었던 기사보면 그의 작품이 들어서는 즐거움을 함께 향유하고자하는 마음이 그득합니다.

그러나 2012년 8월 22일 미디어제주 기사 보기를 보면 21일 도의회에서 열린 ‘더 갤리리 카사 델 아구아, 왜 지켜야 하는가’ 정책토론회가 있었다고 알려줍니다.

불과 3년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제가 본 물의 집은.
솔직하고, 소박해서 젠 척 안하고, 무엇보다 자연과 사람에 대해 염치가 있었습니다.
인생 쯤 깨달을 만한 나이의 건축가의 그것이 이런 게 아닐까…싶었습니다.
물의 집은 “제주도”라는 그 멋진 관광명소의 절벽위에 솟은 랜드마크가 아니라 자연 속에 염치있게 자리잡은,
그야말로 ‘작품’이었습니다.

물의 집은 지금.
철거와 존치가 맞물려 이야기 되고 있습니다.
말씀드렸다 시피 ‘작품’이라 불리는 것은 많은 시간을 통한 세간의 평을 먹고 자랍니다.

물의 집을 부술지 존치할지를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일까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것은 시간을 들여 충분히 ‘그럴듯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판단을 보류하는 것도 힘들지만 멋진 선택입니다.
철거인가 존치인가가 아니라 “판단을 보류합시다”라는 것도 사회문화적 가치기준을 더 높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한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인’들의 힘든 결정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물의 집 사진 몇 컷 더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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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 있습니까?
무엇을 지키고 무엇을 버릴지 결정하는 것이 오늘, 내일 혹은 불과 몇년의 시간만 지나면 알 수 있습니까?
지켜야 할 것이 있다면 왜 지켜야 하는지 어떤 것을 선별해서 지킬지 결정하는 것이 그렇게 쉬운일 일까요?
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짧은 생각으로 버려진 문화는 ‘유구한’우리만의 문화를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내 아이들, 멀리 이야기하자면 후손들이 결정해도 되는 것이 존재합니다.
묻고싶습니다.
물의 집이 그런 것이 아니라고 말 할 수 있습니까?

히카르도 레고레타는 2011년 12월 작고했다.’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스페인어로 ‘물의 집’)는 그의 유작이 되었고, 제주도는 카사 델 아구아가 ‘가건물’이라는 태생적 한계에 이르렀음에, 행정적 처분을 해야할 시점에 있다. (주)부영(‘사랑으로’라는 브랜드의 부영아파트를 지은 건설사)은 그 건물을 JID에서 땅과 건물을 매입할 때 가건물 이라는 이유로 매입하지 않았으며,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손 놓고 있고, 제주도청은 제주 도민들과 예술인협회, 건축가협회의 노력이 잦아 들기만 기다리며 역시 손 놓고 있다. 현재 카사 델 아구아 내부엔 출입이 안되며, 내부의 가구들 곳곳에 압류 딱지가 붙어있다. / 2012년 10월29일 페이스북에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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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델 아구아 – 물의 집은 2013년 3월6일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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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연합뉴스 – 세계적 건축가 유작 ‘카사 델 아구아’ 결국 철거

경향신문 – 제주 ‘카사 델 아구아’ 결국 무너졌다

한겨레 - “카사델아구아 철거는 법 내세운 폭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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