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暑雜談 – 할머니의 마법

지난 일요일.

외조모 상을 치렀다.

장례식장이라는 곳.

곳곳에 피워 둔 향의 내음과.

어두운 옷차림이 대단히 잘 어우러진 공간이라는 생각을 불현듯 했고.

장마를 맞아 눅진한 지하 복도를 어슬렁대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어두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조금쯤 숭고함이 깃든 마감재를 이용했다면 더 할 나위 없었을테지만

최소한의 비용으로 마감 된 공간은 싸보인다는 말 밖에 달리 덧대기가 어려웠다.

상을 치르는데 대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뭘 해야할지 몰라 버둥 댈 시간도 없이.

사람들은 자주 와봤던 것 처럼 오고 갔다.

몇몇은 가끔 영정을 보며 울먹였고.

같은 맛의 육개장과.

같은 맛의 반찬으로.

일사분란하게.

늘 해왔던 것 처럼 치러졌다.

원래 그랬던 것 처럼.

처음이 아닌 척 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은 시간이 번개처럼 장맛비와 함께 흘렀다.

살아가며 생기는 작은 오해와 생채기들이나,

이만저만한 이유들로 한참을 얼굴 한 번 맞대지 못했었고,

살겹기가 힘들었던 몇몇 가족들은 장례를 치루는 동안 슬며시 서로 안부를 건네며 일을 나눴고.

몇몇 식구는 할머니 장례를 치르며 함께했던 시간들 덕인지,

상을 치른 이후 한 이틀여 여행삼아 함께하는 시간을 더 가졌던 모양이라며 두목에게 전해 들었다.

가족.

식구들.

얼굴 맞대고 함께하지 않으면,

일가친척이라는 게.

살겨워지기가 이만저만 어려운게 아닌데,

할머니의 마법이 조용히 내려앉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족 모두에게 이렇다 저렇다 말할 것도 없이 조용히 행동으로 옮기면. 아무도 이의를 말하지 않는 할머니의 마법.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 묵직한 어른의 시간 그리고 행동.

내가 두목과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할머니댁에서 친지분들께 인사드리던 날.

여러 식구들이 노래 한 번 하라,

춤 한 번 춰보라 기세좋게 새신랑 놀리기에 왁자해지자

난처해하는 내 손을 잡고 고샅에 끌고 나와 담배하나 같이 하자던.

파편의 기억이라 작고 가물하지만 왠지 선명하여서.

돌아가시기 전에 할머니와 좀 더 살겹게 얘기 나누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짠해져버린다.

나의 할머니.

안녕.

하루 이른 소서잡담.

끝.

P.S : 천국이 있다면. 그 곳에도 에쎄 1mg를 팔았으면 좋겠다. 24시간.

소서 – 小暑 <—-클릭

24절기 중 열한 번째에 해당하는 절기. 하지(夏至)와 대서(大暑) 사이에 든다. 음력으로 6월, 양력으로는 7월 5일 무렵이며, 태양이 황경 105도의 위치에 있을 때이다. 소서는 ‘작은 더위’라 불리며, 이때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된다.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