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었다.

어려운 걸음이었다.
뜨뜻미지근한 일상은 나를 이끌만한 강력한 명분을 게으름으로 덮고 치졸한 발상의 변명들로 스스로를 에울때쯤 아내가 전화줬다.

가자.
덕수궁.
조문하러.
딸내미 유치원 끝나면 3시쯤 된다.
사무실쪽으로 갈테니 함께 가자.

내 마음은 내심 고마웠지만 머리속에선 악어의 짜증이 간간히 섞였다.
할 것도 많고 그저…오늘은 좀…그러려다가 달력을 봤다.

아…내일이구나.

내일이 발인이면 오늘 않가면 끝이구나 싶었다.
그런 생각이 들고 있었는데 짜증난 악어가 이미 전화를 끊었다.
바로 다시 전화한다.

가자.

가는 동안은 악어도 조용하게 있어 주었다.
결정 했으면 생각은 그만 해야하는 것이다.

도착하니 줄이 길다.
중간쯤에 강기갑 의원의 모습도 보였다.
오셨구나.

저도 왔어요.

손 흔들었는데 못보셨나보다.
줄 따라 계속 돌담길 오른다.
줄 끝은 생각 보다 짧았다.
낮 시간이라 그런가 보다.
아직 퇴근 한 오피스족들이 없어서 다행이지 뭔가.
시간 관계상 확실히 고딩들이 많다.
나름 사업하는게 좋을때는 이런거 아닌가 싶다.
시간 내맘대로 쓰기.

자원봉사자 명찰을 멘 이들은 나비 처럼 넘실대며 조문객들이 행여 다칠까 목마르진 않을까 줄을 훑어 주셨다.
나같은 범인은 행여 생각도 못할 일을 행동으로 옮겨버리는 저 영웅들을 뭐라고 불러야 하나?
자 원 봉 사 자.
너무 딱딱하네….
뭐 다른 언어가 없는가?
어휘력하구는….

딸아이가 칭얼대지 않아서 신기하다 싶으면서 기다리고 있다.
저기요……아이가 있으신 분들은 그저 줄 안서셔도 됩니다.
바로 조문 할 수 있어요.
자원봉사자가 내 바로 뒤에서 아이를 대동한 부부에게 말한다.
솔깃한다.
그 얘기를 듣고 그 부부 바로 탈주한다.

난 가만 있어본다.
자원봉사자 나에게 와서 같은 얘기 반복한다.
반복 못하게 말 끊고는
애가 칭얼대면 그때 가도 된다싶어요 라고 말한다.
스스로 괜찮은 녀석 처럼 말한게 멋지다고 생각 한다.

자원봉사자가 가고 바로 아내가 한마디 한다.
얼마전 오사카 유니버설 스튜디오 가서 쥬라기공원 라이드 하려고 두시간 반을 서서 기다렸던거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생각해보면 롤러코스터 줄보다 덜 기다리면서 명분도 있고 좋잖나 싶은 해괴한 자랑스러움이 밀려온다.
그래.
내 아내다.
멋진 여자다 싶었다.

스스로 괜찮은 녀석이다 생각했던게 좀 우스워지려는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과 비서(?)인 듯한 두분 지나가며 상주로서 인사드립니다라 소리치며 줄을 훑는다.
뭔가….눈물이 나려한다.
그냥 운다.

막 눈물이 나기 시작 했다.
이거 좀은 쑥스럽지 않나….?
딸아이가 눈이 띵그래져서 날 바라본다.
눈 안마주친다.
느긋한척 눈물내며 조문의 감상에 빠질 때 쯤
이어선 줄의 중간쯤부터 덕수궁 돌담의 벽보는 강한 어조로 변하기 시작했다.

이명박이랑 노무현 중에 누가 좋은지 스티커로 공개오디션을 한다.
누가 노무현을 죽였는지도 스티커형 공개 오디션 한다.
애초 줄의 시작부터 이명박 탄핵을 운운 하였다.
스스로의 가벼움을 주체 못하고 덜렁대다 못해 화장도 채 못하고 손님 맞으러 나온 창녀마냥 떠들어댄다.
괜찮다.
그럴 수도 있다.
세상에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는가?
약간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초등학교 소풍 길목에서 솜사탕 팔던 장사치로 생각하면 된다 싶다.
그 솜사탕이 초딩들 콧물 묻은 돈 빨러 왔다고 기세등등 몰아내려는 어이없는 어른들은 되고 싶지 않은거다.
예가 과했나?
점점 줄이 줄어들고 우리 조문 차례가 될 때 쯤 아내가 준 손수건이 다 젖었다.
딸아이가 자꾸 뺏어가려해서 눈 안마주치면서 안뺐기기가 쉽지 않더라.
말도 못 꺼낼 정도가 되버린다.
땅바닥만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은 볼게 못 된다고…보면 눈물만 나는거다.
어느 단체인지가 영상을 틀어 둔 바람에 목소리가 들린다.
이의 있습니다.
어른들한테 몇 십억 때려 넣으면서 당신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와의 합의금 몇 천만원이 아까운지 답변하십시오.
짧으면서 서툰 기타와 노래.
제가 함께 하겠습니다.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지요?
저 노무현이가 하겠습니다.
서민과 국민을 위해….

아무도 없는것 같다.

아내도 딸아이도.
조문객들도.
어딘지도.
나랑 노무현만 있다.
짐승처럼 눈물 난다.

왜 그랬어요….대통령 하지 말지.

개혁적국민정당 이란 이름에 매달 후원금 자동이체 때려 부을때 아내가 난리였다.
너 뭐냐.
먹고 살기 쉬우냐?
돈 쓸 데가 그리 없냐.
딱 그 정도의 말 만 했었다.
너 하고픈 대로 하세요.

정당후원사무실 연다고 트럭 빌려 사무책상이랑 의자 갖다 나르고 별 짓을 다했다.
그 정도가 내 전부였던거다.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지 싶었다.
나름 공간을 다루는 사람이니 공간에 필요한 물품 지원은 나에게 가능한 일이었다.
논현동 골목 어귀에서 날 맞았던 후원 사무실 그 분 누군지 이름도 기억 않나며 얼굴도 기억이 가물한걸 머….
그래….그랬었나보다.
약간은, 아주 약간은 먹고 살기 편했었나보다.

정치라는거.
좀 도덕적인 정치 하는 사람이 나타나 주었다는 거.
그거에 십시일반 할 만큼은 됐었나보다.
이명박이 대통령이 된게 그거 아니었나?
너무 힘드니까.
먹고살기가 너무 힘드니까.
노짱이 실정을 해 댔다고 선전하는 대목에서 그저 눈 딱 감고 맞장구 쳤던 거다.

악어가 그랬어요.
내가 아니고요.
눈물이 앞을 가리는 거다.

못난 놈.
못나고도 못난 놈.
노무현처럼 되긴 애초부터 그른 놈인거다.
노무현이 그러니까 나도 그랬던거 마냥 치사하게 엉겨서 도덕이 어쩌네 저쩌네 떠들어대다가

이제사 땅을 치는게지.
뭐 늦었다구요.
검표 끝났거든요.
입석 없거든요.
내리세요.
네…..

난.

그러니까 악어말고 나는.
좀은 멋져지고 싶다.
나도 좀 멋진 사나이처럼 살고 싶게 만들어줘서 고마워요 라고 말하고 싶다.
세상에 고마운 사람들 진짜 많잖아?
이제 고맙다고 표현 하면서 살기로 하는거다.
애도 있구.
아내도 있잖어.

조문 줄 마지막에 가니까 작은 전단 하나 주는데 거기 이런말 써 있더라.
국화꽃은 어디서 주는지 이명박은 죽었다 깨도 모를 것이다.

이런이런…..
나도 모르자나 이거….
어이구 누구세요?
누구에게 고맙다 할까요?
나 멋지게 살긴 틀려버린거 아니게 해 줘요.
차마 나비같은 자원봉사자 들에게 물어볼 용기도 없더라.
국화꽃 올려드리고 절 올리고 나서는데 짐승이 다 됐다.

첫날부터 일게다…
며칠째 그 자리에 앉았던 나비 한마리가 그만 울라고 하더라.
자신도 너무 울어서 눈물이 마른줄 알았는데 슬퍼지려 한다고….

내 눈물이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서 길게 지껄였는데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아무도 없었다는거.
정말 아무도 없었다.
날 위로해주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저 부둥켜 앉고 같이 울어 줄 사람들만 수두룩 했다.

그만 울어라.
가신분의 의지가 어찌 가신분에게만 있으리.
그분의 유지에 퇴색없이, 단 한치의 모자람도 없이 앞으로 행해질 터이니 그만 울라.

그렇게 나에게 위로해 줄 이도 없었고
그렇게 당당함으로 무장하고
활활타는 눈빛으로 날 위로해줄 이가 없었다.
진짜 없는 것인지.
그 위로를 받을 준비가 덜 된 것인지…..
의심은 내가 남을 속이는 것이라 했는데 어찌 이리 의심이 가는게냐?

영화 올빼미의 성에서 히데요시는 조촐했다.
영웅인줄 알았는데,
신 인줄 알았는데,
눈에서 불을 뿜으며 결전을 각오해야 할줄 알았는데,
조촐한 촌로였던것.
멍하지만 의연하려는 닌자에게 히데요시는 묻는다.
나라를 내가 이끌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냐고….
소름이 끼치는 장면이었다.

영웅인냥 치켜 올릴 일도 없으며
그저 영웅처럼 노력했던 촌로임을.
그리고 사실 그런게 영웅임을…..

난 생각한다.
아니
나도 생각한다.
누가 죽였는가 보다 왜 죽었는가가 본질임을…

내가 너무 끄억끄억 우니까 띵그런 눈으로 영전을 가리키며 딸아이가 물었다.
아빠 친구야?
응.
엄마가 대통령이래.
아빠 친구가 대통령이야?
응…아빠 친구야….채원아 내가 저런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결국 영전을 제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벌게져서 도망치듯 인파속을 삐져 나왔다.

어라?
짐승.
배가 고파왔다…..채원이도 배가 고플거야…아내도.


내 친구. 노무현대통령을 보내 드리던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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