霜降雜談 – 면도기

샀다.

질렀다는 표현이 더 적합 할 것이다.

브라운9 시리즈 면도기.

9시리즈 오른쪽 네자릿수 넘버는 옵션들의 향연을 숫자로 구분해 놓은 것일 뿐이다.

9시리즈 기본 바디에.

면도날.

세정액.

충전기.

거치대 등등

그런 것들을 추가로 구성하는 옵션 추가 방식에 숫자를 지정해 준 것.


면도를 시작한 게……

아마.

30년은 훌쩍 넘었을 것이다.

어림잡아 스물에 시작했다 치고.

그 긴 세월동안 내 턱은 나에게 그리 존중받지 못했다.

나의 수염이 어제 작고하신 숀 코너리 형님(이 분은 영원히 형님이다)처럼 자라 준다면야 아마 더 멋지고 고급진 소재의 면도용품들을 앙팡지게 쇼핑질 해줬을 것이 분명하다.

자라봐야 이방님 소리나 들을 듬성듬성 나는 수염이.

꼴에 어찌나 빨리 자라주는지 면도는 꼭 해야하는 것이었기에 아침마다 면도질을 대충대충 했었드랬다.

충전식도 써봤고,

싸구려 일회용도 써봤고….

안 써본 게 있겠는가 마는.

하나 안 써본 게 있다면 그것은.

비싼 거.

이방 수염을 깍아 줄 뿐인데 굳이 비싼 걸 쓸 이유를 못 찾겠어서

그렇게 턱살을 베여가며 30년 오욕의 세월을 턱만 고생하며 지냈던 것이지.

그러던 어느 날.

왜 그런 맘이 들었을까 정말이지 모르겠는데,

면도기 좀 좋은 거 써볼까…..한 거다.

내친김에 검색시작.

브랜드 각축전이 벌어지는 쇼핑몰의 옵션질 집중포화를 뚫고 뚫고.

브라운과 필립스로 압축.

브라운의 절삭력과 필립스의 디자인.

결정은 절삭력.

멋지게 자라지도 않는 수염들을 가차없이 날려버릴 절삭력이 중요하니까.

구매하기 버튼을 클릭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확인 할 사항.

리뷰.

리뷰.

Review.

거기서 멈칫했다.

수 많은 리뷰들이 있었는데.

대부분의 리뷰가 이상하게 여성들이었다.

‘오빠가 좋아해요~오홓홓홓’

‘아빠 생일이 다가와서 용돈 모아 사드렸는데 너무 좋아하세요~’

‘남편이 아주 좋아 죽어요~’

심지어 구매자들의 상당수가 20중반~30대중반의 여성이었다!

그렇다.

면도기는 사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이었던 거다.

일회용이나 건전지 방식 따위의 싸구려 면도기로

오욕의 세월을 보내오던 내 턱을 가엾이 여겨 구매해주려던 면도기.

가엾은 것은 내 턱이 아니라 나였다.

30년이 넘도록

두목은 왜 면도기 한 번 안 사준 걸까?라는 유치한 질문은 스리슬쩍 올라오는 30여년 세월.

깎아 온 수염만큼 부질 없었다.

다 내가 부덕한 탓이지 머.

긴 말 필요 없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는 남성들은 받길 바란다.

슬쩍 아내나 여친에게 데오드란트와 겨털뽑기를 사주는 센스라도 발휘한 후에 말이다.

끝.

P.S : 딸이 둘이다. 두목한텐 못 받았지만 그 패거리들한테는 좀 잘해줘서 뭔가 받아내고 말것이다.


상강은 단풍이 절정에 이르며 국화도 활짝 피는 늦가을의 계절이다. 중구일과 같이국화주를 마시며 가을 나들이를 하는 이유도 이런 계절적 사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데 국화주라…….차는 마셔봤는데.

청명한 하늘아래 국화주를 마시는 여유가 너무 멋질 것 같다.

지난 상강잡담

霜降雜談 – 용서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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